[톨비밀레] 밤의 산책
* 해당 글은 트친이신 유리 @_Si***** 님 리퀘로, 커미션용 샘플이기도 합니다.
글의 밀레시안은 유리님의 주밀레인 [아일라]를 빌렸습니다.
밤의 산책
조용히 다가온 손길이 밤이 내려앉은 긴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지나간다. 반짝이는 보석과도 같은 요정들이 바위에 부딪혀 공중으로 흩뿌려지는 길 위에 드리워지는 햇살에 밤이 놀라 뒷걸음질 쳤다. 머리카락을 스친 손길이 밤을 감싸 안고 웃음을 터트리며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존재만으로 밤을 물린 햇살이 미소 지으며 그 속에 녹아 들어있는 머리카락의 주인을 쫓아 움직였다. “─아일라님.” 봄 하늘 혹은 가을 하늘의 따스한 빛과도 같은 맑은 목소리가 다가와 소매를 붙잡는다. 무심결에 뒤로 물러나려던 주인이 움직임을 가다듬고 조심스럽게 모습을 드러내었다. 언뜻 날카로워 보이는 푸른색의 눈동자가 가볍게 휘어지며 햇살을 이끌어온다. “가벼운 산책이라도 하지 않겠어요, 톨비쉬?” “얼마든지 괜찮습니다만, 밤이니 저와 가까이에서 걷지 않으시겠습니까?” “아아… 네, 물론이죠.” 햇살과도 같은 남자는 자신과 떨어져있는 소녀에게로 다가가 그녀가 불쾌해하지 않도록 일정거리를 유지하며 에스코트하듯 먼저 발을 내딛었다. 마지막 그의 진심어린 말에도 여태껏 경계를 늦추지 않은 소녀를 배려하는 남자에 보이지 않을 눈인사를 대신한 소녀는 그의 뒤를 따라 천천히 움직였다. 선선하게 불어오는 바람이 얼굴을 간질이고 공중에 꽃이 만개하듯 폭포를 따라 피어오르는 물방울이 달빛에 비춰 몽환적인 광경을 자아낸다. 어쩐지 요정이라도 나와 소원을 들어줄 것만 같은 꿈에 잠긴 소녀가 아이와도 같은 어린 웃음을 머금고 자신에게로 다가오는 물방울들을 맞으며 적막을 물렸다. “당신은 제 태도에 대해 아무런 말도 하지 않네요.” “어쩌면 당신 자신보다 당신을 더 잘 알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만.” “…그렇군요.” 남자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고 시리도록 환하게 빛나고 있는, 소녀의 날카로운 눈동자와도 같은 라데카로 시선을 던지며 그와 저 달만이 알 표정을 지어보였다. “늦어져도 괜찮습니다. 저는 당신을 잊지 않고,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요. 그러니… 천천히 생각하십시오.” 아련하게 젖어든 눈동자로 그는 거짓을 이야기한다. 아마도 소녀는 영원히 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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