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erlock/N

[셜존] Good Night

H__S 2015. 10. 19. 03:58

 

 

 

 

 

 

“조금 있으면 비가 내릴 것 같은데, 셜록?”

“그렇군.”

“그리고, 이제 좀 자도 될까.”

 

 

[영드/셜록존/SherlockxJohn] Good Night

w. 지월현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는 선과 악이 공존하기에 누군가는 선을 행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악을 행한다. 그리고 선과 악은 둘이 만났을 때, 서로를 향해 칼을 겨눈다. 아주 당연한 것처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이 이기는 것은 그 자신이 악을 가지고 있는 것을 인정하기 때문이 아닐까.

 

 

존? 커피.

SH

 

 

그렇기에 짐 모리어티는 죽었고 셜록은 살아 있다고 생각한다. 메시지를 확인한 존은 한숨을 내쉬었다. 플랫 안에서의 메시지는 분명 자제해달라고 여러 번 말을 했는데도 듣지 않는 건 대체. ‘자기가 다른 사람 생각 안하는 걸 티내는 것도 아니고말야.’ 타이핑하던 노트북을 그대로 둔 채 존은 셜록의 커피를 타주기 위해, 그에게 듣진 않겠지만 들으라고 투덜거리기 위해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셜록. 몇 번이나 말하지만 손 말고 입도 있잖아! 목소리도 나오면서 왜 자꾸 메시지를 보내는 거야? 겨우 한 층 차이라고, 외치면 다 들릴 한 층!”

“의미 없는 말싸움은 에너지를 낭비하게 만들어, 존. 그러니 커피를 줘.”

“그리고 커피쯤은 자네가 직접 타 마실 수 있잖아!”

 

 

투덜거리면서도 그의 손은 이미 잔을 잡고 있었고 눈은 설탕과 커피를 찾았다. 소파 위에 늘어지듯 누워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셜록은 핸드폰이 울리자마자 액정을 확인했다. 습관처럼 메시지를 확인한 셜록이 자리에서 일어나 나갈 준비를 마친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일어나기 2초, 방으로 가서 입을 옷을 꺼내기 3초, 걸치기 3초, 단추를 잠근 것 10초, 코트를 걸치고 목도리를 하기까지 5초. 셜록이 방에서 나옴과 동시에 테이블에 커피를 내려놓은 존이 그를 바라보았다.

 

 

“...레스트레이드에게 온 메시지군?”

“오, 존. 근 몇 개월간 눈치가 빨라졌군. 그나마 바보에서 멀어졌다니 다행이야. 그리고 오랜만의 사건이지, 존.”

“...그래, 그래서 지금 나가는 건가?”

“셜록 홈즈가 있는 곳에 존 왓슨이 없을 수는 없지.”

 

 

셜록의 말에 존은 고개를 내저었다. 아무리 시간이 흘렀어도 그와 자신의 사이에 공백이 길었어도 그는 자신을 너무 쉽게 알았다. 그런 것쯤, 말하지 않고 자기만 알고 있어도 될 것을! 셜록은 존을 내려다보았다. 다시 그의 앞에 섰을 때 그가 너무 많이 변했으면 어땠을까 하고 생각해보았지만 아마 그래도 그는 지금과 같지 않았을까. 셜록 홈즈의 조수, 셜록 홈즈의 플랫 메이트, 셜록 홈즈의ㅡ.

 

 

“그래, 그래서 무슨 사건인데?”

“자네가 자주 보는 신문을 본다면 알 수 있지 않을까.”

 

 

뭐? 라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존에게서 등을 돌린 셜록은 고개만 돌려 따라오라는 듯 턱짓해보이곤 계단을 내려갔다. 셜록의 걸음걸이에 따라 그의 다리에 휘감기는 코트자락을 바라보던 존은 무심결에 자신이 그의 코트를 잡아 그가 계단을 구르는 장면을 상상하곤 몸을 떨었다. 자신이 코트를 잡아 그가 넘어지게 하기도 전에 그가 선수를 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셜록이라면, 그러고도 남을지도.

 

 

 

 

 

 

 

 

야드의 앞은 검게 변해있었다. 뒤집어진 차량들과 들 것에 실려 나오는 경관들. 택시에서 내린 셜록과 존은 자신들에게로 걸어오는 레스트레이드를 볼 수 있었다. 물론 그가 온전한 모습이었냐면, 그것도 아니었지만. 걷는 걸음걸이도 불안정해 보이는 것이 다리를 다친 것 같았다. 존은 습관적으로 자신의 환자를 체크하듯 레스트레이드의 상처를 훑어봤고 셜록은 그를 흘긋 보고는 시선을 돌려 야드 등을 둘러보았다. 벽이 무너져 안이 들여다보이는 현관, 그을음이 번진 벽들. 분주히 움직이는 사람들.

 

 

“그래, 셜록. 사건 현장에선 오랜만이군.”

“존? 저걸 봐.”

 

 

레스트레이드의 인사에 고개를 까딱해 보인 셜록은 상처를 살피고 있는 존에게 말을 걸었다. 셜록의 말에 레스트레이드를 바라보던 시선을 그가 보고 있는 쪽으로 돌린 존은 그을음이 번진 벽을 볼 수 있었다. 뭘 보라는 거지? 하고 좀 더 유심히 살펴보았을 때야 그는 알 수 있었다. 그을음에 가려진 흐릿한 단어를.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셜록을 바라보자 셜록이 고개를 끄덕였다.

 

 

“Kill. 이라고 적혀있군.”

“그래, Kill이라고 적혀있지.”

“왜 저게 저기에? 그보다... 어떻게?”

 

 

심각한 얼굴의 존과 벽을 살피고 있는 셜록을 바라보며 레스트레이드는 눈썹을 찌푸렸다. 야드에 폭탄을 던진 것도 모자라 벽에다가 Kill이라고 써 놓은 것은 또 뭐란 말인가. 게다가, 벽에다 쓴 거라면 자신들이 못 봤을 리가 없는데 어떻게? 조금 더 야드로 다가간 셜록은 무너진 벽 안으로 보이는 야드의 내부를 바라보았다. 저걸 괜히 벽에다 써놓은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레스트레이드가 셜록을 막으려는 경관들을 물렸을 때, 셜록은 이미 야드의 안으로 들어가고 없었다. 발에 치이는 검게 그을린 벽돌들을 내려다보며 존은 셜록의 뒤를 따라 들어갔다.

 

 

“그래, 그렇군. 저 Kill은 그냥 적어 놓은 게 아니야. 각자 필체가 다르고, 길이도 다르지. K ,I, L, L 네 글자를 누가 썼을까. 오, 이런.”

 

 

야드의 안, Kill이 적힌 부분에도 똑같이 Kill이 적혀져있었다. 다른 것이라면 밖의 것은 그을음의 밑에 적혀진 것이고 이것은 앞에 적혀진 것과 투과된 듯 밖에서 본 것과 똑같이 적혀있다는 것 정도였다. 조심스럽게 그 앞에 다가가 단어를 유심히 살피던 존은 손을 내밀어 그것을 쓸어보았다. 진득한 것이 미끌거리는게 느껴졌다. 손가락을 떼어 내자 그의 손가락과 벽을 이어주는 가느다란 검붉은 실이 생겨났다. 그와 동시에 언뜻 비릿한 향이 맡아져서 존은 손가락을 털어내곤 뒤로 반걸음 물러났다.

 

 

“셜록? 이거, 페인트라던가로 적힌 게 아니야.”

 

 

존이 자신의 손가락을 보여주며 말하자 셜록이 그에게로 다가와 손가락에 묻은 것을 살펴보고 벽의 것을 바라보았다. 오른 손으로 그것을 쓸듯 만져본 셜록이 장갑을 벗곤 자신의 안주머니에서 작은 시약병과 핀셋을 꺼내들었다. 유심스럽게 단어를 살피다가 응어리진 부분을 발견한 그는 그것을 핀셋으로 집은 뒤 떼어 내어 시약병 안에 털듯이 집어넣었다. 언뜻 그것을 본 존은 머릿속을 스친 생각에 얼굴을 찌푸리며 물러선 반걸음에서 반걸음 더 물러났다.

 

 

“셜록, 설마 그거... 살점인가?”

“눈썰미가 좋아졌군. 범인은 자신의 손으로 이 글씨를 썼어. 글씨의 위치를 볼 때 그의 키는 170cm 전 후반, 오른손잡이겠군. 그리고 시계를 차고 있어. 금속으로. 벽의 자국을 봤을 때 바깥의 것과 달라.”

“...음. 그럼 범인은 왼 손으로 이걸 쓴 거고, 치료를 했다면 왼 손에 붕대를 감고 있겠군. 그리고 아직 피의 상태로 봐선 그리 오래된 것도 아니고.”

“범인이 근처에 있을 확률이 높다는 거지. 중요한 건 누구와 같이 했느냐. 밖의 것과 안의 것이 서로 다르고, 안의 것을 쓴 범인은 왼 손에 부상을 입었지. 왜? 왜 굳이 피를 이용했을까.”

 

 

존은 생각하는 셜록을 내버려두고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한기가 으슬으슬 올라오고 약간의 두통이 동반된 피로가 오는 게 감기에 걸린 것 같았다. 쉬려는 마음으로 야드 밖으로 나가려던 그는 바닥을 보던 고개를 들었다가, 무언가와 눈을 마주치곤 소스라치게 놀랐다. 셜록에게 말할 겨를도 없이 조심스럽게 자신이 보았던 것이 있는 쪽으로 몸을 움직인 것은 그야말로 반사적이었다. 최대한 조심스럽게 걸어와 벽에 등을 기댄 존은 고개를 돌려 안을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그는 안의 안쪽에서 자신을 보고 있는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을 유인하고 있다,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지금 와서 셜록을 부를 수는 없었다. 자신을 주시하고 있는 이에게 들키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핸드폰을 꺼낸 존은, 빠르게 타이핑했다.

 

 

셜록, 누군가 나를 보고 있어. 안 쪽, 레스트레이드의 집무실이야.

JW

 

 

전송 완료, 까지 확인한 존은 핸드폰을 주머니에 집어넣고 문을 열었다. 그리고 그가 안으로 들어감과 동시에 그를 주시하던 눈이 사라졌다. 벽 너머로 발소리가 들려오는 것에 총을 꺼내들어 손에 쥐고 조심스럽게 오른 팔을 뻗어 집무실 문을 열었다. 문이 열리고 그 안으로 재빠르게 들어선 존이 총구를 앞으로 겨눈 체 주위를 둘러보았다. 휑한 공간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흐트러진 부분도, 어딘가 빈 부분도 없었다. 조심스럽게 책상 앞으로 다가가 주위를 옆 걸음으로 돌아가 아래를 내려다보았지만, 그 곳에도 없었다. ‘대체 뭐지?’ 고민하는 사이 주머니 안에서 핸드폰이 울렸다. 조심스럽게 오른손을 총에서 떼고 핸드폰을 꺼내들어 액정을 확인하자, 셜록의 메시지가 와있었다.

 

 

존, 거기서 당장 나와

SH

 

 

메시지를 확인하고 고개를 든 존의 시야에, 건너편에서 이쪽으로 오고 있는 셜록이 보였다. 그런 그의 눈이 자신과 위를 번갈아가며 보고 있어서 존은 그의 눈을 따라 고개를 위로 올렸다. 그리고 그는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시선’과 눈을 마주쳤다. 한 발의 총성과, -시선. 그리고 셜록의 목소리. 존은 고통과 함께 자신의 몸이 밑으로 추락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빌어먹을... 위라니.’ 본능적으로 자신이 맞은 부위가 어디인지 의식하며 자조적으로 웃음을 내뱉었다.

 

 

“존!”

 

 

셜록의 목소리와 함께 총성이 연이어서 두 번 정도 들린 것 같다고 존은 생각했다. 존을 쏜 남자에게 연달아 두 번 총을 쏴서 그를 떨어뜨린 셜록은 그가 죽지는 않았지만 움직일 수 없을 정도의 치명상을 입었다는 것을 확인하고 글록을 잡고 있는 그의 손을 발로 찼다. 글록이 그의 손에서 떨어져나와 반대쪽으로 미끄러져간것을 확인한 셜록은 곧바로 존에게 다가갔다. 그의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 피로 물든 재킷을 벗겨내고 니트를 걷어 올린 셜록이 존을 바라보았다. 오른쪽 가슴 아래.

 

 

“셜..록. 셜록.”

“말을 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존.”

“저...걸 봐. 셜, 록.”

 

 

그가 가리킨 곳에는 창문 너머의 하늘이 있었다. 구름 한 점 없이 맑게 게인 하늘을 바라본 셜록이 다시 고개를 돌려 존을 바라보았다. 존은 그답게도 그 맑은 하늘을 눈 안에 담고 있었다. 자신을 봐오는 셜록의 눈을 마주하며 웃은 그는 괜찮다는 듯이 손을 들어 저어보였다. 잡고 있던 존의 니트를 내리고 셜록은 이제야 안으로 들어오는 경관들과 레스트레이드, 그리고 들 것을 들고 온 소방관들을 바라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레스트레이드는 들 것에 옮겨지는 존을 보다가 고개를 돌려 바닥에 죽은 듯이 누워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그가 공범입니다. 이 이상은 경관들이 할 수 있겠죠. 물론 런던 경찰들이 과연 잘 할지 의문이지만.”

“미안하네.”

”Kill, Interest, London. 그리고 Lestrade.”

 

 

셜록의 말에 레스트레이드는 얼굴을 찌푸렸다. 마지막에 조그맣게 말한 자신의 이름은 아마 셜록 그 나름의 배려-저 괴물이 배려라는 것을 할 줄 안다는 것은, 역시 존 왓슨의 영향일거라 생각하며-에 감사했다. 셜록이 존을 따라 나가고 레스트레이드는 차갑게 식은 얼굴로 경관들에게 손짓했다.

 

 

 

 

 

 

존의 몸은 간혈적으로 떨리고 있었다. 그는 졸린 듯 눈을 반쯤 감은 채로 자신의 옆에 앉아 볼을 꼬집고 있는 셜록의 손을 떼어 내며 ‘졸려, 셜록.’ 이라고 중얼거렸다. 물론 셜록은 자면 안 된다는 듯이 다시 한 번 그의 볼을 꼬집었다. 문가에 서있던 레스트레이드가 그런 둘의 행각을 바라보며 헛기침을 했다.

 

 

“공범도 잡았네. 의도적인 테러였더군. 반사회적 인물들로, 전과가 있는 놈들이야. 그리고...”

“조심하는 게 좋을 겁니다, 레스트레이드. 제 형과 엮인 이상은.”

“음... 얘기하는 도중 미안한데... 하늘을 봐 셜록.”

 

 

그의 손을 쳐내고 자리에 누운 존이 고개를 돌려 창밖의 하늘을 바라보았다. 셜록 역시 존을 따라 창밖을 바라보았다. 야드에서 바라본 런던의 하늘은 이제 검은 색으로 물들어 가고 있었다. 문 앞에 서있던 레스트레이드 역시 그 둘을 따라 하늘을 바라보곤 ‘비가 오려나.’ 하고 중얼거렸다.

 

 

“조금 있으면 비가 내릴 것 같은데, 셜록?”

“그렇군.”

“그리고, 이제 좀 자도 될까.”

 

 

이미 거의 다 눈을 감고 잠에 빠져들 태세를 취한 존을 바라보며 셜록이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야 존은 무거운 눈꺼풀을 올리고 버티는 것에서 벗어나 자연스럽게 눈을 감았다. 존의 손을 잡은 셜록의 손등에 힘줄이 약간 돋아나는 것이 보였을 때, 레스트레이드는 굳은 얼굴로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이 이상은, 그가 있을 공간이 아니었다.

 

 

“...Good Night, Sherlock...”

 

 

존의 눈꺼풀이 무겁게 감기고 셜록의 눈이 존에게서 창밖으로 향했다. 그들의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고, 하늘에서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셜록은 존의 손을 잡고 있던 손에서 힘을 뺐다. 그의 손이 잡고 있던 손은 그를 떠나 침대 위로 떨어졌고 더 이상 따뜻한 온기 역시 간직하고 있지 않았다. 차갑게 식은 온도를 느끼며 셜록이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 문을 열어 나가기 전, 그는 존을 한 번 돌아보았다. 마치 죽은 듯이 잠든 존을 눈 안에 담아내고, 빠른 걸음으로 병실을 나서며 셜록은 자신들의 플랫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그가 도착한 플랫에서 그를 반겨준 것은 존이 그에게 타 준, 그러나 그가 마시지 못한 차갑게 식은 커피뿐이었다. 커피를 내려다보며 셜록은 쓴웃음을 머금었다. 그의 손이 닿은 머그컵은, 아주 차갑게, 마치 얼음장처럼 차갑게 식어있었다.

 

 

“Good Night, Joh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