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비노기 전력 60분 주제 [마피아]에 따른 정말 짧은 글입니다. 열 시 안에 할 수 있겠죠?
* 밥 먹느라 30분을 날려먹어 글이 30분만큼 줄어들었습니다.
땅거미가 지고 있었다. 붉게 물든 하늘을 바라보며 나는 손에 들린 총을 고쳐쥐었다. 저 하늘은 당신을 향해 타오르는 내 심장이고, 어둡게 침식당해가는 이 땅은 물들어버린 내 모든 것이다.
[초대밀레] along with
옆을 스쳐지나가는 총알을 피하며 텅 빈 건물 사이로 몸을 숨겼다. 거친 숨이 토해지고 긴장감으로 심장이 빠르게 뛰고 있었다. 온 몸의 혈관이 터져버릴 것 같았고 머리가 띵해져왔다. 한 명, 한 명. 누가 누구인지 모르는 이 상황에 차갑게 돌아가던 머리가 몇 번의 공방전으로 뜨겁게 달궈져버렸다. 등을 타고 올라오는 짜릿함에 입가에서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뒷주머니에 손을 집어 넣어 처음에 받았던 종이를 꺼내 들었다. 반듯하게 접혀져 있었던 종이는 여러번 굴린 몸으로 인해 이리저리 구겨져 있었다. 그것을 펼쳐 들고 돌맹이를 하나 주워들어 적혀진 글씨 위를 죽, 그었다. 이제 남은 건 단 한 명. 한 명만 더 죽이면 우리의 승리였다.
“위험한데. 상대는 산전수전 다 겪은 자라고… 하필 마지막이…”
들고 있는 총에서 탄창을 꺼내 남은 총알을 확인한 뒤 몸을 움직였다. 가만히 있어봤자 나오는 결론은 없다. 이미 많은 이들이 죽이고 죽었다. 이 이상의 피해는 절대 안돼. 크게 숨을 내쉬고는 건물을 나섰다. 아직 밝은 대낮의 햇빛이 몸으로 쏟아졌다. 눈을 찡그리며 조심스럽게 몸을 옮긴다. 상대에게 먼저 들키면 안되니 저절로 한 걸음이 무서웠다. 종이에 적힌 마지막 인물을 죽이면 이 게임이 끝나길 바랬다. 그럼 우리의 승리로 더 이상 싸우지 않아도 되고 죽이지 않아도 될테니까.
“왜 그렇게 쥐처럼 다니고 있는거지?”
“…헉! 하, 놀랐잖아요. 그렇게 튀어나오면 어떻게 합니까?”
“내가 튀어나온게 아니라 네가 튀어나온거다. 범인은 잡았나?”
“한 명… 남은 것 같습니다.”
허리를 끌어안아 잡아 당기는 이에 놀라며 총을 겨누며 고개를 돌리자 투구를 눌러쓴 이가 보였다. 안도의 한숨과 함께 놀란 가슴이 빠르게 진정되어갔다. 죽여야 할 상대가 아니라 같은 편이라는 것이 정말 다행이었다. 안그랬으면 이미 죽었을지도 모른다. 그는 한 명이 남았다는 말에 입가를 일그러 뜨리고는 그 자가 누구냐고 물어왔다. 망설임없이 대답해주자 그렇군, 하고 고개를 주억인다. 이제 2:1의 상황이니 조금이나마 안심이 되었다. 그것도 자신과 함께 임할 사람이 엄청난 경력을 자랑하는 것이 제일이었다.
“그 자라면 아까 지나가는 걸 보았다. 따라와라.”
고개를 숙여 가볍게 입 맞춘 이가 등을 돌렸다. 먼저 가는 이의 뒤를 따라가며 총을 쥐고 있던 손에 묻은 땀을 바지에 닦아낸다. 혹시라도 미끄러지면 큰일일테니까. 언제 어디서 마주칠지도 모르는 거고, 그가 매복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까보단 덜 한 긴장감에 바지를 닦던 손으로 허벅지를 꼬집었다. 정신차려, 이 사람이 같이 있다고해도 상대는 상대다. 죽을 수도 있어. 총알은 겁이 없으니까. 앞 선 이의 발걸음이 덜컥 멈췄다. 따라 멈추고 고개를 기울여 너머를 바라보자 자신들을 마주 보고 서 있는 이가 보였다. 종이에 쓰여져 있던, 마지막의 사람. 그는 총을 들고 있는 손과 함께 두 손을 머리 위로 들어올리곤 고개를 저어보였다.
“저는 절대로 범인이 아닙니다.”
“그걸 어떻게 믿지?”
“제가... 이미 정체가 밝혀진 자를 한 명 죽였으니까요. 같은 편이면 절대 죽이지 않을테니까요.”
“정체가 밝혀졌으니 자신이 밝혀지지 않기 위해 죽인 걸 수도 있지. 안 그런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동료를 죽였다…라. 잔인하군.”
문답무용이다. 상대에게 들리지 않도록 중얼거린 남자는 빠르게 앞으로 튀어나갔다. 손을 들고 있던 상대가 한숨을 내쉬고 똑같이 달려왔다. 어쩐지 그게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살기 위한 행동 같아서 머리가 기울어졌다. 끼어들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저 자는, 범인이 아닌건가? 그럼 우리의 추리가 틀렸다는 걸까? 저 자가 범인이아니라면, 그럼 범인은?
…설마. 눈이 크게 뜨여졌다. 아까보다 빠르게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그럴리가 없었다. 그가, 설마 그가 범인일리가. 절대로 그럴리가….
머릿속이 빠르게 돌아갔다. 죽고, 죽였던 그 상황 속에 그는 단 한 번도 범인을 죽이는 것에 손속을 두지 않았다. 망설임도 없었다. 그래서 전혀 의심하지 못했다. 너무나도 적극적이었고 항상 앞에 서 있었으니까.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다. 심지어 경찰들조차, 그를 확인할 생각도 하지 못했다. 아아, 그래. 그래서 그런거였구나. 그의 마지막 말은 상대를 향한 것이 아니라 그 자신을 향한 것이었다. 그는 지금까지 동료들을 자신의 손으로 죽여온 것이었다. 잔인하다면 잔인한 이였다. 피에 물든 금발의 남자가 쓰러지는게 눈에 들어왔다. 범인이라고 생각했던 이는 동료였고, 동료라고 생각했던 이는 범인이었다. 피가 흐르는 검을 쥔 이가 뒤를 돌아 나를 바라보았다. 투구 너머의 눈동자는 아무런 감정도 담고 있지 않았다. 언제나 비추던 다정함이 거짓이었던 것처럼.
“당신이…”
“이런, 알아버렸나? 차라리 모르는 체로 죽었다면 좋았을텐데. 그럼 좋은 기억만 가지고 갈 수 있었을 거 아닌가.”
“어떻게, 당신이? 단장님… 왜… 모두 거짓이었던 겁니까?”
목소리가 떨려왔다. 믿기 싫었지만 모든 정황이 그가 범인이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와의 대치 상황 속에서 차오르는 눈물을 훔쳤다. 울지 마라. 똑같은 목소리였지만 이젠 다르게 들려왔다. 전혀 하나도, 따뜻하지 않아. 그의 등 뒤로 땅거미가 지고 있었다. 붉게 물들어가는 하늘을 바라보며 나는 손에 들린 총을 고쳐 쥐며 마음을 다 잡았다. 죽여야 해. …죽일 수 없겠지만, 죽여야 해. 붉은 하늘이 마치 자신의 타오르는 마음같았다. 당신을 향해 분노로 물들어버린 내 마음. 어둡게 침식당해 가는 땅은 당신을 사랑한 과거의, 현재의 나와 닮아 있었다. 당신의 그 모든 마음들은 전부 거짓이었을까?
“모두, 진심이었다. 이렇게 말한다고 네가 믿을 것인가? 그렇다고해서 우리가 적인게 변하지 않을텐데.”
“……변할지도 모르잖습니까.”
“아니. 이 게임은 이제 하나 남은 내가 죽어야 끝난다. 그렇지않으면 모두가 죽겠지. 너는 절대 변하지 못 한다.”
준비 되었겠지? 천천히 다가오는 이에 이를 악문다. 미안해요, 미안해요. 손을 들어 총을 겨눈다. 그를 향해 겨누어진 총구의 끝이 떨려오고 있었다. 미안해요….
나는 당신을 쏠 수 없어요. 내 심장을 노리고 휘둘러지는 검을 바라보며 슬프게 미소지었다. 내 심장은 당신이 비췄던 감정들이 점령해버렸고, 내 머리는 당신과의 모든 것을 기억해요. 나는 절대로 당신을 죽일 수 없어요. 그의 손에 들린 검이 천천히 살을 파고 들어왔다. 이 순간이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느릿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투구 너머 그의 눈동자와 시선이 마주쳤다.
“…아…”
“나는, 진심이었다.”
검이 박혀 들어왔다. 고통이 조금씩 조금씩 심장에서부터 퍼져나간다. 그것은 검으로 인한 것인가, 당신에 대한 배신감으로 인가? 겨눴던 총을 내리려던 팔이 저지당하듯 잡혔다. 검을 쥐고 있던 손이 어느샌가 내 허리를 감고 끌어당기고 있었다. 남자는 총을 든 내 손을 자신의 목으로 끌어당겨 총구를 맞추곤 방아쇠를 쥔 손가락에 손을 겹친다. 어? 하는 사이에 입술과 입술이 맞 닿고 가슴과 가슴이 맞닿아 반 쯤 박혀있던 검이 정확하게 심장을 찔렀다. 그와 동시에 타앙, 하고 짧은 총성이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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