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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binogi/N

[알터밀레] 달그림자


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V3Wpu


* 비향님과 동일 주제로 쓰기로 한 알터밀레 입니다. 저퀄에 지각 죄송합니다 비향님…TT.

* 글 퀄이 너무 저퀄이라 위에 브금과 들으면 브금이 퀄리티를 좀 더 살려주는 것 같아 첨부했습니다. (??)




 

면 위로 떨어지는 물방울을 바라보는 눈동자에 어린 감정이 일렁이는 물결처럼 흔들린다. 선을 잃고 이리저리 흔들리는 자신의 모습이 마치 지금과 같아, 팔을 들어 조용히 입을 가렸다. 흘러내리는 것은 나인가, 아니면 당신인가. 머리 위로 비치는 노란 빛이 따스해 고개를 들어보면 언제 그랬냐는 듯 검은 빛만이 흐물 거릴 뿐이었다.

 

어디에, 있어요?


 

[알터밀레] 달그림자

 

 

눈을 뜨는 순간부터 감는 순간까지 당신을 향하는 것을 막지 못해, 소년은 아릿한 가슴을 문지르며 고개를 떨궜다. 뜨겁게 타오르는 심장과 달리 차가운 갑옷이 머리를 식혀왔다. 괜찮을 거라 생각했어요. 저는, 저는.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제겐 과분하다고 생각해왔어요. 갑옷 사이사이를 교묘하게 파고드는 바람에 몸을 움츠리며 씁쓸하게 웃는다.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당신의 이름을 속으로 되뇌며 조용히 눈을 감았다. 자신이 품은 감정이 나쁜 것이 아니라고, 잘못된 것이 아니라고 물어볼 수도 없어 속이 타들어갔다.

 

알터.

 

어두운 세상은 당신을 보는 것만으로도 밝게 물들어 이토록 눈이 부신데 어떻게 눈을 감고 살아가야 할까요. 팔라라를 등지고서 그늘 진 얼굴을 하고 소년을 향해 달려온 그는 밝은 얼굴로 손을 흔들어 보였다. 상대의 타들어가는 이의 마음도 모르고, 한 없이 밝게.

 

여기서 뭐해요?

휴식 시간이라서 쉬고 있었어요, 좋은 오후입니다. 밀레시안님!

하하, 그래요? 표정이 안 좋아 보였는데무슨 일 있었어요?

 

밀레시안님이 너무 보고 싶었어요. 흐려진 표정으로 소년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입 밖으로 흘러나올 말들을 꾸역꾸역, 밀어내는 가슴 속으로 집어넣는다. 순간적인 표정을 보지 못 한 밀레시안은 소년의 미소에 마주 웃으며 손을 잡아 끌었다. 저랑 놀러가요! 해맑은 표정에 아무 말도 못하고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

 

 

벚꽃, 예쁘지 않아요?

벚꽃이요? 물론 예쁘죠!

저는 코리브 계곡이 참 좋아요. 나무가 많아서기도 하고, 계곡도 있고, 동물들도 있고. 에린은 어디든 다 좋지만 여기만큼 자연이 느껴지는 곳도 없는 것 같거든요. 알터는 어때요? 괜찮아요?

저도 좋습니다! 게이트로 돌아가는데 시간도 있지만밀레시안님의 말씀처럼 좋은 곳이니까요.

 

제 주위로 물이 흐르건, 동물이 기웃대건, 꽃잎이 아름답게 흩날리건 당신이 있는 그 어디보다 좋은 곳은 없는데. 자신의 눈에는 당신밖에 보이질 않는데 당신은 그게 아니라서 입 안이 썼다. 같이 있는 시간이 행복한데, 행복해서, 행복하기 때문에초록빛 눈동자가 짙은 색을 띄며 낮게 가라앉았다. 바닷속에서 들끓어 오르는 활화산처럼 위험한 빛을 띈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밀레시안은 그런 소년을 보며 이 순간을 향해 웃을 뿐이었다.

 

밀레시안님.

?

「…행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뜬금없이? 나도 알터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헤헤, ! 감사해요, 밀레시안님.

 

언제나처럼 아이 같은 미소를 지을 뿐이어서 밀레시안은 소년의 눈동자가 짙어진 것도, 새카맣게 변한 속도 알 수 없었다.

 

 

*

 

 

바람을 따라 흔들리는 나뭇잎들이 소란스러워 귀를 막았다. 파르르 떨리며 이야기해오는 말들이 자신을 힐난하는 것 같아서 추위를 피하려는 동물처럼 몸을 말고 안으로, 안으로 들어간다. 너 때문이야, 너 때문이야! 언제나 듣던 웃음소리를 담고 걸어오는 목소리는 흡사 그 사람이 말하는 것만 같아서 입술을 깨물었다. 아니야, 아냐, 나는, 나는.

 

내가 죽인 게 아니야.

 

팔라라가 떠오른 밝은 시간과, 이웨카와 라데카가 여유롭게 어둠을 비추는 시간 속에 언제나 있을 것만 같았던 네가 없었다. 절대로 떠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고, 항상 그 자리에 존재할거라고 생각했던 너는 그 어디에도 발을 딛고 서 있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뒤를 돌면 밝은 목소리로 자신을 부르며 해맑게 웃고 있을 네가 있을 것 같은데, 답지 않은 진지한 얼굴로 지켜주겠다며 손을 내밀 네가 있을 것만 같은데. . . .

 

거짓말, 거짓말. 전부 거짓말이야.

 

항상 서 있던 자리에 있는 것은 텅 빈 공허함, 눈을 감았다 뜨면 있을 법한 미소 대신에 눈부신 햇살.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지금이 꿈인 것만 같아 아무리 눈을 비비고 함께 했던 기억의 장소들을 찾아도 자신은 깨지 않았다.

 

밀레시안님!

 

알터, 알터, 알터!

 

네 목소리가 들려 돌아보면 너는 그 어디에도 없어, 나는 다시금 주저앉는다. 나뭇잎이 전해주는 소리가 네가 직접 이야기하는 소리가 아닌 것이 너무나도 서글퍼 세상이 흐려진다. 뿌옇게 낀 안개를 손을 들어 미친 듯이 저어보아도 계속해서 차올라 결국에는 소리치고 말아.

 

「……알터.

 

올려다본 밤하늘에 별은 맑게 빛나건만 구름에 가려진 달은 빛을 잃고 검게 떠 있어 눈을 감는다. 검은 달에 비친 자신의 등 뒤로 지는 그림자에 그제야 깨닫는다.

 

너는, 너는.

 

이제 자신은 네가 떠나고 난 자리에 새겨진 그림자밖에 쫓을 수 없음을. 무너지는 자신과 바스러져 흩날리는 달빛에 어린 너의 기억은 이제 새카만 그림자가 되어 더 이상 찾을 수 없었다. 네가 바란 게 이런 행복인걸까, 이게 행복인걸까. 왜 자신은, 왜 몰랐을까. 조금씩 무너져가던 달을, 머리 위로 부딪혀 깨어지던 달이 흘린 빛을.

 

「…알터……!

 

답해주는 이 없는 어둠 속에 홀로 외치는 너의 이름 역시 달빛처럼 스러져 바람에 흩날릴 뿐이었다. 소년처럼 맑고 따스했던 녹색의 눈동자는 산에 녹아들고, 갈색의 머리카락은 노을이 되어 하늘 위에 깔려 더 이상 너는 자신만을 바라보고 있지 않았다. 제 눈에 비친 달을 향해 아무리 손을 뻗고 달려도 닿지 않는 것처럼.

 

돌아, . 돌아와……」

 

하늘을 타고 흐르는 별빛에 그는 조용히 눈을 감고 숨죽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