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비노기 전력 60분 주제 [두근두근 아일랜드]
눈앞에 반짝이는 빛무리를 손으로 그러쥐어, 정신을 차리고 나니 당신과 단 둘이 하늘을 날고 있었다.
꿈과도, 같이.
[톨비밀레] 하늘을 걷다
섬이 생겨났다는 소식에 에린 전역이 떠들썩했다. 꽤나 많은 밀레시안들은 이미 섬을 향해 움직였고, 다난들도 흥미를 보이고 있었다. 섬이 나타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닌 두 번째였기에 처음 생겨났을 때 가보지 못했던 이들은 그때의 이야기를 떠올리고 떨리는 마음으로 발을 들였다. 대부분의 이들이 흥미를 가졌기에 책상 위에 놓인 서류를 정리하는 남자의 귀에도 임무를 마치고 온 단원들의 이야기가 들어갔다.
남자는 기사단 내의 일과 외의 일로 쉬는 날이 줄어들 만큼 바쁜 상태였다. 그렇기에 섬에 대한 이야기가 자신의 귀에 들어와도 잠깐 흥미를 가졌을 뿐 다시 지워버렸다.
“들었어? 그 섬에 대한 소문.”
“…아아, 알고 있습니다. 두근두근 아일랜드라고 했던가요.”
“응. 밀레시안 씨도 간다더라. 아니 이미 갔다고 했던가?”
바쁘게 펜을 놀리던 손이 일순간 멈췄다가 다시 움직였다. 그 짧은 멈춤을 눈치 챈 상대가 생글생글 웃으며 손에 들고 있던 가져온 서류들을 책상 위 서류 위로 올렸다.
“톨비쉬도 가봐야 하지 않을까?”
“피네, 보이지 않습니까. 저는 지금 자리를 비울만한 상황이 아닙니다.”
“흐응, 그래?”
웃고 있던 상대, 피네는 서류에 코를 박듯 고개를 숙이고 있는 톨비쉬의 말에 손을 들어 제 볼을 두어 번 두드리더니 짧게 탄성을 내뱉으며 문을 향해 몸을 돌렸다. 펜 소리와 피네의 발소리가 엉켜들고, 이내 문손잡이를 잡아 연 그녀는 지나가는 식으로 말을 내뱉으며 밖으로 나갔다.
“그럼 밀레시안은 누가 감시하나~ 아직 모든 게 끝난 것도 아닌데~”
“…….”
작은 소음과 함께 피네의 모습이 사라지고 닫힌 문에 뒤늦게 고개를 든 톨비쉬의 시선이 닿았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섬은 시끄러웠다. 모든 걸 떠나서, 부탁 아닌 부탁과 이 섬에서만 얻을 수 있는 특별한 스킬이 있었기 때문이었지만. 여기저기서 울려 퍼지는 음악들이 귀를 따갑게 해와, 밀레시안은 얼굴을 찡그리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두 번째로 보는 섬은 처음과 딱히 달라진 곳도 없어 보였다. 그러고 보니… 이번에도 그들이 있지 않을까? 소음에 어두웠던 얼굴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환하게 밝아졌다.
두근두근 아일랜드가 처음 열렸을 때, 이 섬 곳곳을 돌아다니던 밀레시안의 눈에 보인 사람들이 있었다. 안 좋은 기억과 함께 떠오르는 사람들. 느릿하게 눈을 감았다 뜨며 옆에 있던 펫을 타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자신의 기억으로 아마도 위로 가면 공연장이겠지?
옆을 스치는 바람에 작은 노랫소리가 실려 날아왔다. 밀레시안들이 가지고 노는 붐박스의 소리가 아닌, 여성의 고운 미성. 조금 더 앞으로 날아간 밀레시안은 허리를 숙여 펫에 몸을 바짝 붙이곤 아래로 빠르게 하강했다. 날갯짓에 모래바람이 미약하게 일어나고 지상에 착지한 펫이 날개를 접었다.
“뭐야! 디바, 괜찮아? 모래 안 들어갔어?”
“응, 난 괜찮아. 그보다 멀린… 저기 밀레시안 같은데?”
“뭐라고?”
그리웠던 목소리. 밀레시안은 밝게 웃으며 펫에서 뛰어내려 그들에게 한달음에 달려갔다. 오랜만이에요! 신이 난 듯 높은 톤의 인사에 옆의 여성에게 호들갑 떨던 남자의 눈이 미약하게 커졌다가 사나워졌다.
“어, 뭐, 그래. 니가 올 줄 알고 있었는데.”
“…하나도 안 변했네요, 멀린은.”
“내가 뭐! 뭐!”
“디바도 여전히 이쁘고, 노랫소리도 좋구요!”
“응, 밀레시안은 많이 달라졌는걸?”
“교수님은… 으응… 그거 분해하려는 건 아니죠?”
“아닙니다, 만.”
멀린과 프로페서, 그리고 디바가 함께 있는 모습에 밀레시안은 여전하구나─ 하고 생각했다. 트레저헌터와 마스터 셰프는 각 자 따로 있을 게 뻔했다. 멀린과 교수님이야 뭐, 그렇지.
오랜만의 재회에 안 좋았던 기억은 묻어두고 신이 난 밀레시안과 디바가 대화를 이어나가고, 간간히 멀린이 시비를 걸고, 프로페서가 방관하듯 끼어드는 풍경이 펼쳐졌다.
걸치고 있던 로브의 모자를 깊게 눌러 쓴 이는 나무 뒤에 기대어 앉아 그런 그들을 보고 있었다. 대화 도중 이 쪽으로 몇 번 시선을 던지는 짧은 은색 머리의 남자 때문에 절로 입술을 깨물었다.
‘멀린이었나.’
그의 머릿속으로 상대에 대해 조사했던 정보들이 떠올랐다. 대마법사, 밀레시안과 함께 했던 영웅 중 하나.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는 자신을 알아챘다는 것에 실력은 확실히 보통이 아닌 것 같다고, 돌아가면 다시 추가해야겠다 생각했다.
그런 남자를 몇 번 봤던 멀린이 밀레시안에게 작게 속삭이고, 대화를 나누던 밀레시안의 고개가 남자를 향해 돌아갔다.
“으음, 나중에 다시 올게요. 그때 봐요.”
“그래, 빨리 가버리라고.”
“다음에 봐, 밀레시안~”
남자는 인사를 끝내고 자리에서 펫을 타고 날아가 버린 밀레시안에 인상을 찌푸리는 일 없이 곧장 쫓아갔다. 어디로 가는지 알기라도 하듯.
“─톨비쉬.”
밀레시안을 쫓아 움직이던 남자의 앞을 막으며 이름을 부른 것은 하늘에서 떨어지듯 내려온, 남자가 쫓던 밀레시안이었다. 짧은 동요에 로브의 끝이 흔들리고 남자가 빠르게 발걸음을 멈췄다.
“……이런, 어떻게 아셨습니까.”
“알 수도 있죠~? 모를 것 같았어요? 어쩐 일이에요? 역시, 제 감시역일까.”
“그렇습니다. 바쁘지만, 지금 당신을 감시할 인원이 없으니까요. 이런 곳으로 오기에도.”
“그건 좀 아쉽네요.”
실망한 듯 어두워진 표정의 밀레시안을 보며 톨비쉬는 고개를 저었다. 이렇게 있는 것도 피네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인데요. 그의 말에 밀레시안은 짧게 호응하곤, 근처에 있던 여성에게 다가가 무언가를 받아왔다.
“밀레시안?”
“피하면 안돼요? 제가 재미있는 거 보여줄 테니까.”
닫혀있던 주머니의 입구를 열어 손을 집어넣은 밀레시안은 그 속에서 무언가를 꺼내는 듯 해보였다. 의아한 표정의 톨비쉬를 바라보고 움직임을 멈췄다가 쥐고 있던 무언가를 위로 내던지듯 팔을 뻗으며 손을 펼쳤다.
머리 위로 뿌려진 가루가 마치 달빛처럼 반짝이며 떨어져 내렸다. 자신도 모르게 그것을 손바닥 위에 올렸을 때, 그 위로 밀레시안의 손이 올라와 눈을 깜박였다.
밀레시안?
자신과 밀레시안만을 두고, 주변의 풍경이 변하고 있었다. 바람에 쓰고 있던 로브의 모자가 뒤로 넘어가 땀에 젖은 금발이 날렸다. 주위를 둘러본 시선에 푸른 하늘 밖에 보이지 않아 그는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밀레시안을 바라보았다.
“이게, 무슨…”
“멋지죠? 이 곳에서 배울 수 있는 비행이에요. 하늘을 난다니… 꿈만 같지 않나요?”
“그렇군요.”
자신을 붙잡은 밀레시안의 미소와 그 뒤로 펼쳐진 파스텔 톤의 하늘이 마치 아까의 빛무리가 환상을 보여주는 것만 같아 톨비쉬는 자유로운 다른 손을 들어 상대의 볼을 쓰다듬었다.
“꿈도, 환상도 아닌 겁니까.”
“그럴 리가 없죠. 현실이라고요.”
“……당신과, 날고 있는 거군요.”
이끌리듯 하늘을 비행하던 둘의 움직임은 톨비쉬가 멈춰 섬으로 인해 끊겨버려, 밀레시안이 의아한 듯 바라보았다. 잡고 있던 손을 놓지 않고 반대의 손으로 상대의 허리를 끌어안은 그는 자신의 금발만큼이나 반짝이는 눈동자를 부드럽게 휘었다. 자신들이 비행하며 남겨온 빛무리처럼 입가에 그려진 호선에 상대 역시 마주 웃어 보였다.
천천히, 차근차근. 마치 결혼하는 신랑과 신부가 단상을 향해 걸어가듯 이번에는 톨비쉬가 먼저 발을 내딛었다. 하늘을 걷듯 비행하는 두 사람의 뒤로 흔적을 남기려는 것처럼 빛들이 떨어져 내렸다.
“톨비쉬.”
“네?”
“절대로, 손 놓으면 안돼요.”
“물론입니다. 놓으면 떨어져 죽을 테니까요.”
“…이…”
“놓으면, 정말 죽어버릴 테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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