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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binogi/N

[로간밀레로간] Connected

* 0831에 작성한 글입니다.

* 중간중간 끊어써서 저도 내용을 잘 모르겠어요. 그냥 막 훅훅 지나감 이야호!

연결성이 많이 없을 수 있습니다. 죽으러가야겠다!

* 원래는 좀더 다듬거나 길게 풀려고했는데..... 다섯시네요. 자야지.

 

 

[로간밀레로간] Connected


 

먼저 죽으면 다시 살려내서 죽여 버릴 겁니다. 다시 쫓아가 영혼까지 죽여 버릴거라구요.


서슬 퍼런 눈동자로 쳐다보는 눈동자에 로간은 부드러운 미소로 응수했다. 언제나 바라보던 등이 이제는 자신을 마주봐주고 있었다. 동등한 위치에 서 있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아졌다. 그 웃음에 밀레시안의 얼굴이 더 일그러졌지만 그는 괜찮았다. 무슨 소리를 듣던 간에 이 기분을 망칠 순 없을 터였다.

 

절대 죽지마세요. 명령입니다. 죽을 것 같으면 차라리 도망쳐요. 뭐라고 하지는 않을 테니까, 차라리 욕할 수 있게 도망쳐요.

걱정하지마세요, 조장님. 그렇게 쉽게 사람이 죽을 리가 없잖습니까?

 

로간의 진정시키는 말이 효력이 있을 턱이 없었다. 밀레시안은 자신을 잠식해오는 불안함에 이를 악물었다. 한 번도 자신의 감이 빗나간 적은 없었다. 제발 아무 일도 없기를. 그의 말대로 그가 무사하기를. 밀레시안은 조장으로써 등을 돌렸다. 이제 움직여야 할 때였다.

 

.... 분명 말했습니다. 그럼 조금 이따 보도록 하죠.

, 조장님. 임무 완수하고 돌아오겠습니다.

 

당신에게 영광을, 승리를! 멀어져가는 밀레시안이 시야에서 사라질 때 까지 로간은 눈을 떼지 않았다. 그의 모습이 다 사라지고 나서야 로간도 발을 움직였다. 오늘의 임무는 정찰이었다. 언제부턴가 랜덤으로 나타나는 포탈에 의해 그것이 나타날 때마다 사람이 실종되었다는 제보가 들어와서 그 포탈을 찾기 위해 정찰하는 것이었다. 다만 그 포탈이 선지자들이 연 포탈일 수 있으니 자신의 조장은 꼭 조심하라고 신신당부를 했던 것이다. 상냥한 사람. 한없이 정이 많은 사람. 얼마나 돌아다녔을까? 어느 순간부터인가 주위 공기의 흐름이 이상해지고 있었다. 로간은 앞에서 느껴지는 이질적인 느낌에 발걸음을 멈췄다.

 

이런...

 

조심스럽게 건물 벽에 기대어 숨을 골랐다. 뭐가 있을지 모르니 섣불리 행동해서는 안됐다. 혹여 라도 다친다면, 욕먹을지도 모른다. 슬금 벽 너머로 목을 빼서 보자 주황색의 머리칼을 가진 여인과 큰 키를 가진 두 발로 선 늑대가 있었다. 아마도 저들이 조장님이 입이 닳도록 얘기하던 선지자 브릴루엔과 펜아르가 분명했다. 다시 벽에 몸을 기대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들의 뒤로 언뜻 보인 것은 분명 자신들이 찾던 포탈이었다. 그렇다면 그 포탈은... 그들의 아지트와 연결되어 있는 걸까? 그렇다면 최소한 그들과의 전면전은 피해서 저 포탈에 대해 조사 해봐야했다. 품 안의 검과 허리에 찬 검을 확인한 뒤 가공된 다이아몬드가 박혀있는 원드를 손에 쥐었다. 단 다섯 번, 그것도 한 번에 5분밖에 사용할 수 없지만 엘프의 고유 능력인 하이드를 마법의 스펠로 바꾸어 가공한 다이아몬드가 박힌 원드였다. 이것을 구하기 위해 조장님이 얼마나 뛰어다녔던가. 그는 조용히 하이드하고 읊조렸다.

 

..좋아...가볼까..

 

떨리는 마음으로 선지자들의 시선이 있지만 확인을 해볼 겸 앞으로 나섰다. 긴장으로 감았던 눈을 뜬 순간에 브릴루엔과 눈이 마주쳤지만 그녀는 자신을 못 본 듯 자신의 너머를 보고 있었다. 다행이다, 완벽하군. 그들이 자신을 못 보는 것을 확인했지만 그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선지자들의 대화가 들릴 정도로, 포탈의 너머가 보일 정도로 조금씩 다가갔다.

 

아무리 생각해도, 멍청한 것 같지 않아?

... 잔챙이는 필요 없다. 나는 밀레시안과 싸울 거다.

 

로간이 포탈 너머를 보는 순간이었다. 브릴루엔과 펜아르의 목소리에 놀랄 틈도 없이 뒷목을 누르는 힘과 함께 바닥에 처박혔다. 목에 곁눈질로 자신을 밟은 발을 따라 올려다보자 주황색의 반짝이는 눈동자가 가소롭다는 듯 내려다보고 있었다. 어떻게 자신을 눈치 챈 거지? 표정에 드러난 것일까, 그녀가 풋 하고 웃으며 검지를 들어 흔들었다.

 

당신 같은 쓰레기는 그런걸 써도 안 된다고?

...! .. ...!

밀레시안은 어디 있지?

 

허리를 굽혀 내려다보며 브릴루엔은 그의 머리카락을 손으로 그러쥐었다. 이런 잔챙이가 아니라 나는 밀레시안을 원해. 밀레시안을 찾는 질문에 로간이 고집스럽게 입을 다문다. 그의 표정에서 드러나는 거부에 브릴루엔은 그녀답지 않게 미간을 좁혔다. 하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특유의 미소를 띠며 그에게서 떨어져 지켜보고 있던 펜아르의 옆에 팔짱을 끼고 섰다. 짓누르던 발이 없어지자 로간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부딪힐 때의 충격으로 입술이 터진 건지 피비린 맛이 났다.

 

, 이 포탈 안을... 봤구나?

....그게 어쨌다는 거죠?

내가... 재미있는 걸 하나 알려줄까? 네 옆에 있는 게 진짜일까, 아니면 이 너머에 있는 게 진짜일까?

 

로간은 브릴루엔의 말에 답하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그녀를 쳐다볼 뿐이었다. 브릴루엔은 그의 대답을 들을 생각도, 죽일 생각도 없는 듯 돌아서서 포탈을 향해 걸어갔다. 그녀가 돌아가는 것을 보며 로간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곤 아직 돌아가지 않고 있는 펜아르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펜아르는 사나운 표정으로 그를 노려보며 그의 가까이 다가갔다. 그에게 다가갈수록 밀레시안의 냄새가 짙게 풍겨와 기분이 내려앉았다. 그를 보며 낮게 그르렁 거린 펜아르는 이내 브릴루엔의 뒤를 따라 걸어갔다.

 

그를 알고 싶으면 포탈 안을 봐라, 인간.

 

포탈으로 사라져버린 그들을 보며 로간은 두근거리는 심장을 부여잡았다. 그들이 무서워서가 아니었다. 목숨의 위협을 느껴서도 아니었다. 포탈에서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펜아르가 남긴 마지막 말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차라리, 포탈을 안 봤더라면... 그랬더라면 외면할 수 있었을 텐데. 자조적인 미소를 지으며 함정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포탈을 향해 걸어간다. 어쩔 수 없는 거라고 생각하며.

 

죄송합니다, 조장님...

 

자신이 이러는 것을 알지 못하겠지만 이야기하고 싶었다. 입 밖으로 내기라도 해야 이 마음이 조금이라도 괜찮아질 것 같았다. 포탈 너머로 보이는 것에 로간은 홀린 듯이 천천히 손을 뻗었다. 조금씩 조금씩 자신의 몸을 좀먹어가는 포탈을 보며 그는 문득 그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뒤를 돌아보았다. 혹시라도 자신을 말리러 와주지 않을까 하는 철없는 기대감에.

 

 

 

* * * * * *


 

 

...어떻게 되었습니까?

없어. 우리가 전부 뒤져봤지만...

그렇군요. 알았습니다, 피곤할 텐데 다들 좀 쉬십시오.

 

피곤한 얼굴의 밀레시안을 뒷걸음질로 나가며 보고 있던 카나는 모두가 나가자 문고리를 잡고 그 자리에 멈춰 섰다. 나가지 않고 서 있는 카나에게 밀레시안의 시선이 닿자 그녀는 그제야 그를 향해 웃어 보이며 입을 열었다.

 

걱정하지 말아요, 조장님! 꼭 찾을 수 있을 거예요. 아무 일도 없을 거예요.

... 고맙습니다, 카나양.

그러니까 눈 좀 붙이세요. 그래야 내일도 힘내서 찾으러 나가죠!

, 카나양도 잘 자요.

 

가볍게 목례를 하고 마지막으로 카나가 나가며 문이 닫히고 그녀의 발걸음 소리가 멀어지고 나서야 밀레시안은 입술을 깨물며 의자에 기댔다. 임무를 갔던 로간이 사라진지 일주일이 지났다. 모이기로 했던 집합장소에 로간은 나타나지 않았고 다른 조원들을 파견해보았으나 그의 흔적도 단서도 찾을 수 없었다. 느릿하게 눈을 감았다 뜬 그는 책상 위에 놓여있는 서류를 흘긋 보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나갔다. 이제 더 이상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아니 처음부터 자신이 찾아 나섰어야 했음이 옳을지도 모른다. 서류에 적혀있던 내용을 곱씹으며 밀레시안은 하, 하고 허탈하게 웃었다.

 

제일 가까이에서 목격한 목격자의 증언을 토대로 정리하자면, 갑작스레 생겨난 이 포탈은 목격자의 소중한 것을 비추는 마음의 거울과도 같다. 그 포탈 너머에 있는 것은 목격한 이의 부모, 형제, 친구, 연인 등이 될 수 있으며 또는 그가 원하는 것이 될 수 있다. 그것은 마치 자아를 가진 실제인 것처럼 움직이며 목격자의 빈 틈을 헤집어 그가 자신에게 다가오도록 한다. 지금까지 사라진 실종자들은 이런 식으로 사라졌을 것이며 돌아온 이가 없는 것으로 미루어볼 때 포탈로 들어가는 것은 자신의 의지-본인의 100%의 의지가 아니나 본인의 발로 걸어 들어가는 것이므로 자신의 의지라 하겠다.-로 들어갈 수 있으나 나올 수는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당신은 포탈로 무엇을 본거죠?

 

처음 로간과 헤어졌던 장소에 도착한 밀레시안은 그가 걸어갔을 방향을 보며 가방을 열어 총을 꺼내들었다.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기며 움직이던 그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총을 홀스터 안에 집어넣고 L로드를 꺼내들었다. 정말로 혹시나 하는 마음이었지만 이쪽에서 찾을 수 있는 방법은 이것뿐이란 생각이 들었다. 유적처럼 가려진 것이라면 가능할지도 몰랐으니까. L로드에 정신을 집중하며 밀레시안은 앞으로 걸어갔다. 풀과 모래뿐이던 주변에 어느덧 나무가 한 그루, 두 그루 생겨나기 시작하고 숲이라는 생각이 들쯤이었다. 손에 들고 있던 L로드가 연한 흰색으로 반짝이며 신호를 보내기 시작하고 주변 공기의 흐름이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L로드의 반응을 살피며 좀 더 깊이 들어가자 약간의 텀을 두고 흰 빛이 세 번 깜박였다 사라지길 반복했다. 이 근처에 무엇인가 있었다. 유적일지 유물일지 아니면 포탈일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것은 유적과 유물은 아닐 거란 느낌이었다. 다섯 발자국 정도 더 움직이자 드디어 L로드가 네 번 깜박였다. 주변을 살핀 밀레시안은 바로 탐사 스킬을 사용했다.

 

......!

 

밀레시안은 눈앞에 보이는 것에 눈을 크게 떴다. 흰색과 푸른색의 유리조각들이 허공에 떠 반짝이는 광경을 본 순간 그는 그것이 문서의 포탈임을 직감했다. 포탈의 중앙을 응시하며 다가간 밀레시안은 그 너머로 보이는 것들에 고개를 기울였다. 문서에 적힌 게 잘못된 것일까? 그의 눈에는 그저 온통 검기만한 통로가 있을 뿐이었다. 그에게 소중한 사람들도 소중한 것들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그 무엇도 없는 검은색의 통로. 순간적으로 이게 맞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떨쳐버리곤 포탈 속으로 몸을 집어넣었다. 자신에게 중요한 것은 이 포탈 너머에 있는 로간을 데려오는 것이니까 그 외의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반대편으로 넘어온 밀레시안은 자신이 있었던 곳을 바라보았다. 자신만이 사라졌을 뿐 그 모습 그대로인 곳을 본 그는 이내 다시 고개를 돌려 앞을 향해 걸어갔다. 자신의 앞에 펼쳐진 이 어둠속 어딘가에 로간이 있을 거라 생각하며.

 

어디 있을까.

 

조용히 중얼거리던 그는 무언가를 깨달은 듯 가방을 뒤져서 퍼핏 인형을 하나 꺼내들었다. 퍼핏 인형은 마치 자아가 있는 것처럼 밀레시안의 어깨 위에 서더니 스스로가 등불처럼 주변을 밝히기 시작했다. 어둡다면 환하게 밝히면 된다. 그 간단한 것을 왜 생각하지 못했을까? 그는 점차 밝아지는 주위에 눈을 깜박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무슨...

 

그는 밝아진 주변을 보며 눈을 부릅떴다. 자신이 서 있는 곳은 아이러니하게도 아발론 게이트의 입구였다. 아니, 입구였던 곳 같았다. 깨끗했던 벽은 무너져있었고 휘장들은 전부 찢기거나 불에 타 있었다. 자리에 있었어야 할 기사들과 단원들도 보이지 않았다. 자신을 반기며 쓸데없는 말을 늘어놓던 잔소리꾼 슈안도 없었다. 황망한 표정으로 서있던 그는 두근거리는 심장을 느끼며 게이트 앞으로 뛰어갔다. 설마, 설마.

 

, 하하.. 하하하...

 

게이트의 앞을 지키고 있어야 할 아벨린과 알터가 보이지 않았다. 이곳까지 오며 시체를 단 한 구도 보지 못했지만 그는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아버렸다. 여기는 대체... ... 누가...? 차마 더 이상은 그 빈 자리를 볼 수가 없어 바닥으로 시선을 떨궜다. 여기는 포탈 너머의 세계인가? 아니면 자신이 아는 곳인가? 이것은 실제 일어난 일인가? 머릿속이 어지러워졌다. 돌아버릴 것만 같았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위로 드리워진 그림자를 보지 못했다.

 

조장님...?

 

그래서 그는 자신이 그토록 기다려왔던 목소리를 환청으로 치부해버렸다.

 

...당신...! 그렇군요, 당신이었어!

 

환청은 분노하고 있었다. 자신을 향해서. 그것은 분노와 배신감을 갖고 자신을 내리치고 있었다. 밀레시안은 멍하니 고개를 들었다. 환청이라기엔 너무나도 선명한 목소리와 질타에 고개를 든 그는 자신에게 드리워진 그림자의 주인을 찾아 고개를 돌렸다.

 

로간.

제 이름 부르지 말아주십시오. 다 알고 있습니다. 당신이 진짜가 아니라는 거!

로간...

이 세계는 또 다른 에린. 또 다른 당신이 선지자들의 뜻에 따라 각성했을 때 우리의 미래. 그래요. 그가, 그가 당신을 만나지 않으면 돼. 그 포탈을 찾지 말고 저를 기다리기만 하면 됩니다. 저는 당신을 죽이고 그에게로 돌아갈 거니까.

로간...?

 

밀레시안은 로간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무슨 소리인걸까? 또 다른 에린? 나의 각성? 또 다른 나...? 수용할 수 있는 범위가 아니었다, 지금의 자신에게는. 그저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은 여행자처럼 그를 바라 볼 뿐. 로간은 정상이 아닌 것 같았다. 그의 눈은 흐리멍텅했고 제대로 된 사고를 못하는 것 같았다. 그저 분노와 배신감만을 표출하고 있을 뿐이었다.

 

당신만 없어지면 행복할 수 있습니다. 당신만 없어지면... 조장님은, 조장님은... 영원히 저희의 조장님일 수 있단 말입니다.

무슨... 말입니까, 로간...?

모르는 척 하지 마십시오, 이계의 신이여! 우리를 죽이기 위해 활을 겨눈 이여! 아무리 조장님의 모습을 하고 있어도 흔들리지 않을 겁니다. 이 곳은 당신이 숨어있는 세계. 제 마음을 헤집어 껍데기를 쓴 악마!

...설마.

 

밀레시안은 문득 깨달았다. 어지러웠던 정보들이 정리가 되며 두뇌가 제대로 된 사고를 하고 있었다. 설마 여기는.

 

나의... 세계...?

 

그 순간이었다. 주변의 풍경이 무너지고 새로운 풍경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아발론 게이트가 한 순간의 먼지가 되어 흩날리고 나타난 것은 너무나도 익숙한... 그리운 풍경이었다. 밀레시안은 자신도 모르게 돌아왔어...’ 라고 중얼거렸다. 그러나 그 순간에 깨달은 것은 자신의 상황이었다. 영혼만이 넘어가 그 곳에 맞는 육체를 받았다. 그렇다면 자신의 육체는 이 곳에 있었을 텐데 어째서 자신은 아직 에린의 육체에 머물러 있는 것일까?

 

당신만... 당신만 없어지면...

 

로간의 뒤편으로 흐릿하게 인영이 나타났다. 밀레시안이 그것에 놀라 눈을 크게 뜬 순간 마치 무엇에 홀린 듯 로간이 칼을 꺼내어들고 그를 향해 다가왔다. 로간은 그를 향해 적의를 드러내고 없어지라며 중얼거리고 있었다. 말리려던 밀레시안은 움직여지지 않는 자신의 몸에 고개를 기울였다. 이상했다. 물 먹은 솜처럼 몸이 무거웠다. 머리와 몸이 따로 노는 것 같아, 라고 생각한 순간에 그는 자신의 심장을 관통하는 금속을 느낄 수 있었다.

 

......!

 

익숙하지만 익숙해질 수 없는 고통이 그곳에서부터 번지기 시작했다. 밀레시안은 상황이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으로 눈앞에 있는 로간의 눈을 쳐다보았다. 그의 눈동자에 자신이 맺히는 순간이었다. 아까 보았던 인영이 빠르게 뛰어온 것은.

 

로간... , 쿨럭... 도망... 뒤를...! 봐요...!

 

식도를 역류하여 피가 토해졌다. 비릿한 피 냄새가 역겨웠지만 한 번 시작하자 그것은 멈출 줄 모르고 계속해서 역류해서 입 밖으로 흘러나왔다. 자신의 소리를 들은 건지 로간이 놀라며 앞에서 벗어났다. 생기가 돌아온 그의 눈동자가 그가 제정신으로 돌아왔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로간이 자리를 벗어남과 동시에 그 자리에 누군가가 칼을 꽂아 넣으며 착지했다.

 

......!

... 조장님...?!

 

그 것은 우습게도 밀레시안과 너무나도 닮아 있었다. 자신의 심장에 박힌 칼을 뽑아내며 밀레시안은 그것을 흔들리는 눈동자로 바라보았다. 침대에 가만히 누워있었어야 할 자신의 몸이 움직이고 있었다.

 

이런, 아까워라. 피해버렸네?

이게... 무슨... 무슨 일 인겁니까? 조장님이 둘이라니? 설마... 설마...

「당신... 누가... 멋대로... 남의 몸을...! 쿨럭쿨럭!

 

밀레시안은 자신을 내려다보는 자신을 바라보며 얼굴을 찌푸렸다. 어떻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기분이 불쾌했다. 내 몸을 허락도 없이 누군가가 멋대로 쓰고 있다는 것 자체가. 그는 얼이 빠져있는 로간에게 몸에서 빼낸 칼을 던져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체력이 없는 게 느껴졌지만 아직 죽진 않았다. 아마 한 번 만 더 치명상을 입는다면 죽을게 분명했다. 평소 같았으면 신경 안 쓰고 덤볐겠지만 일단 뒤로 물러나 가방에서 회복 포션을 꺼낸 뒤 상처에 부었다. 여기서는 죽으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봐, 이봐. 도망 가지마, 이잖아? 그립지 않아? 돌아오고 싶지 않은 거야?

「당신이 말하지 않아도... 돌아갈겁니다. 그러니 제 몸에서 꺼져...

, 안타깝지만 힘들겠는걸? 신을 받아낼 수 있는 은 이 세계에선 이 뿐이거든. 네가 그 곳에서... 반신이듯 말이야. 혹시 네 몸을 돌려받고 싶은 거야? 그거라면 어렵지 않은데. 나를 죽여! 여기에 네 피가 묻은 칼을 찔러 넣으라고. 어때? 나는 너에게 나를 죽이고 을 되찾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줬어! 저 녀석을 이용해서 너를 찌르게 만들고 칼에 피를 묻히게 했지. 이제 저 녀석이 들고 있는 칼로 이 의 심장을 찌르면 된다구!

... . 제가 멍청이인줄 압니까?

 

그 것은 밀레시안의 말에 개구쟁이처럼 웃어보였다. 역시 안 통하는걸? 그 놀리는 듯 한 말에 로간이 밀레시안에게로 다가가 그의 앞을 막아섰다. 칼을 쥔 손이 떨리는 것을 느끼며 그는 최대한 안정하기 위해 길게 심호흡했다.

 

아아, 하지만 네가 날 죽이지 않는다면 저 세계는 멸망 해버릴거야. 물론 너의 그 두 손으로 말이지! 아니 이 두 손이라고 해줄까? 하하하. 네가 그렇게 아끼는 것들도, 너의 소중한 이들도 모두 네 손에 죽을거라구. 네가 지켜온 세계가 네 손으로 무너진다니... 상상만으로도 짜릿하지 않아?

들을... 가치도 없는 말이군요. 도발하지마세요, 머저리. 당신이 발악하지 않아도... 죽여 줄 테니까.

 

자신에게 등을 보이고 선 로간이 떨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아마 그의 힘으론 저 녀석을 죽이기엔 역부족일거다. 저 녀석을 죽이더라도... 큰 부상을 피하긴 어렵겠지. 밀레시안은 자신의 가방 안에서 마지막 남은 밝은 보랏빛의 포션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그것을 로간의 가방에 넣어주며 저 녀석을 죽이고나서 다치면 바로 이 포션을 쓰세요.’ 라고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 말을 들은 로간이 자신의 가방을 쳐다보는 것을 느끼곤 ‘저도 있으니, 걱정 마시구요.’ 라고 말하곤 그 것을 향해 눈치를 줬다. 아마 쉽게 죽일 수 있을 거다. 저 건 나의 몸’. 아무리 누군가가 차지하고 있어도 현재 내가 이 몸에 있어도 결국은 내 의지에 따라 움직이는 내 몸이었다.

 

뛰세요, 로간. 정확히 중앙에서 약간 왼쪽입니다. 실수하면 안됩니다.

, 조장님. 조심하세요!

 

너나 조심해라. 그는 자신을 돌아보는 로간에게 한심하다는 듯 웃어보였다. 평소와 같은 미소에 로간이 안심한 듯 고개를 돌리고 빙글빙글 웃고 있는 그 것을 향해 자세를 가다듬고 뛰어갔다. 밀레시안은 그 것을 향해 손을 뻗은 뒤 조용히 셀레스티엘 스파이크!’ 하고 외쳤다. 푸른빛이 번쩍임과 동시에 순간적으로 몸이 굳은 그 것의 심장을 정확히 로간의 검이 관통했다. 씨익. 그 것이 밀레시안의 얼굴로 웃으며 옆으로 넘어갔다. 밀레시안은 지끈거리는 가슴을 문지르며 그 것이 쓰러지는 것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조장님... 조장님 제가... 제가 해냈습니다!

로간, !

 

로간이 해맑게 웃으며 뒤로 도는 순간이었다. 그 것에서부터 푸른빛이 새어나오기 시작하더니 이내 쾅하는 큰 소리와 함께 사방이 푸른색으로 뒤덮였다. 거친 힘이 자신을 미는 것을 느끼며 로간은 순간적으로 의식을 잃었고, 밀레시안 역시 방어하지 못한 채로 뒤로 날아갔다.

 

.........! 이런... 조장님...? 조장님, 괜찮으세요...?

로간. 포션을 쓰세요.

 

힘에 밀려 굴러가던 로간은 주위에 있던 것에 머리를 박고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려던 순간에 다리가 부러진 것을 안 그는 다급히 밀레시안을 찾았고, 덤덤하게 들려온 그의 목소리에 그가 주었던 포션을 꺼내 마셨다. 마심과 동시에 포션이 몸에 퍼지며 다쳤던 것들이 낫기 시작했다. 밀레시안이 준 완전 회복 포션의 능력이었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난 로간은 자욱한 먼지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 앞에 크게 소리쳐 밀레시안을 찾았다.

 

조장님, 조장님! 어디계세요!

오지 마십시오, 로간괜찮으니까요.

조장님? 아닙니다, 일단 제가 그쪽으로 갈게요!

오지 마시라고 했습니다! 그대로, 그대로 곧장 앞을 향해 걸어가세요. 절대 주변을 돌아보지 말고.

 

밀레시안의 다급한 일갈에 로간은 직감적으로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그는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몸을 틀어 달려갔다. 밀레시안의 말을 들으면 영영 그를 보지 못할 것 같았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소리가 난 쪽으로 달려온 로간은 먼지가 가라앉으며 드러나는 시야에 눈을 깜박였다.

 

젠장. 오지 말라고 했잖습니까!

조장님...? 몸이... ...

잘 들으세요, 로간. 지금부터 제가 하라는 대로 하십시오. 명령입니다. 저기 보이는 포탈을 타고 에린으로 돌아가서 곧장 톨비쉬를 찾아가십시오. 그리고 지금까지 겪은 상황을 전부 말하고, 제가 죽었다고 얘기하세요. 에린이 멸망하는 최악의 상황은 일어나지 않겠지만 이제 제가, 그 곳을 지킬 수 없다고.

... 왜 죽었다고 얘기하라는 겁니까...? 당신은, 조장님 당신은... 다시 살아날 수 있잖아요? ...?

......

 

로간의 물음에 밀레시안은 입을 다물었다. 어쩔 수 없었다. 자신은 이계의 사람. 몸이 죽으면 영혼은 떠돌게 되고 저승으로 가게 된다. 그 것은 자신이 속한 세계의 규율. 아무리 에린으로 넘어갔어도 그 것만은 피할 수 없었다. 자신의 육체는 아까의 폭발과 함께 터져버렸고 심장은 멈췄다. 영혼은 돌아갈 곳을 잃었고 이 곳은 나오가 올 수 있는 에린이 아니었다. 씁쓸했다. 자신은 더 이상 부활도, 환생도 그 무엇도 할 수 없었다.

 

...이리 와보십시오, 로간.

 

밀레시안은 하나밖에 남지 않은 오른 팔을 들어 자신의 말에 멍하니 몸을 내민 로간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온기를 잃어가는 자신과는 다르게 그의 몸은 너무나도 따뜻해서 왜인지... 더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부터, 이렇게 될 걸 알고 있었음에도.

 

조장님... 거짓말... 조장님. 아니죠... 절대 아닐 겁니다. 떠나지 말아요. 제게... 제게... 당신이 죽었다고 이야기하게 하지 말아주세요...

 

그의 볼을 타고 눈물이 흘러내렸다. 손가락을 타고 흐르는 눈물에 밀레시안은 조용히 그것을 닦아줄 뿐이었다. 좀 더 그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자신에게 남은 시간은 자신이 생각 한 것보다 많이 짧은 것 같았다.

 

부탁합니다, 로간.

거짓말...... 어서, 어서 살아나요. 아니야, 이럴 리가 없습니다... 이럴 리가 없어...

...고마웠어요. ‘나의 조장님이라고 해주어서.

 

팔을 들 힘이 없었다. 떨어지려는 밀레시안의 팔을 붙잡은 것은 로간이었다. 그는 그것이 생명줄이라도 되는 듯 꼭 붙들고 놓아주지 않았다. 밀레시안은 알면서 모른척하는 로간에, 그의 상처받은 얼굴에 힘없이 웃었다.

 

마지막...인데, 키스도 안 해주는 겁니까?

 

밀레시안의 말에 로간이 그제야 눈을 깜박였다. 그는 하하, 하고 허망하게 웃으며 밀레시안의 몸을 끌어안았다. 차갑게 식은 입술에 조심스럽게 입 맞추며 로간은 주먹을 그러쥐었다. 밀려오는 슬픔에 몸이 떨려왔다. 밀레시안은 자신을 끌어안은 팔에, 입 맞춘 입술의 온기에 점점 무거워지는 눈꺼풀을 느끼며 천천히 눈을 감았다. 괜찮아요, 로간. 괜찮아. 그의 눈가를 타고 눈물이 흘러내렸다. 로간은 그의 몸이 차가워진 것을, 조금씩 사라지는 것을 느꼈지만 그가 전부 사라지기 전까지 입술을 떼지 못했다. 어떻게 보면 강제적으로 떼어지고 나서야 그는 손에 남은 것을 내려다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무런 결점 없이 반짝이는 투명한 다이아몬드를 부서질 듯이 꽉 쥐고는 포탈을 향해 움직였다.

 

나의... 조장님...

 

태어나 처음으로 소유하기를 갈망했던 사람. 잃을까봐, 사라져버릴까 봐 전전긍긍하며 쳐다보기만 했던 사람. 과거를 추억으로 남을 수 있게 해준 사람. 너무나 소중해 차마 건드릴 수 없었던 사람. 지켜주고 싶었지만 자신보다 강했던, 하지만 그만큼 한없이 여렸던 사람. 로간은 자신이 넘어옴과 동시에 사라지는 포탈을 허망하게 바라보았다.

이제 다시는 볼 수도, 부를 수도 없는 나의 하나뿐인...

 

 

 

Fin.

​미포 9163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