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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binogi/N

​[로간밀레] 엘님 요청의 낮져밤이 집착남 로간밀레

* 0902에 썼던 글….​


[로간밀레] 엘님 요청의 낮져밤이 집착남 로간밀레 


「멍청이! 정신이 있는거야 없는거야?!」
「...죄송합니다...」

 

자신을 향한 일갈에 로간의 고개가 숙여졌다. 붕대로 감고있는 허리가 욱신거려왔다. 하필이면... 한숨을 내쉬 로간은 임무에서 다쳐온 자신을 탓해야지 어째야겠냐며 생각했다. 그렇게나 조장님이 신신당부했는데. 미안함에 그는 어디로든 사라져버리고싶었다.

 

「하아... 그래. 그렇게 내 말을 무시한다 이건가? 잘 알았어, 이만 나가봐.」
「저어... 그런게 아닙니다, 조장님...!」
「나.가.라.고. 이젠 명령도 무시하는건가? 응?」
「아... 아닙니다, 알겠습니다. 쉬십시오.」

 

반박을 하려다가 결국 고개를 떨구고 힘없이 돌아선 로간은 터덜터덜 집무실을 빠져나왔다. 로간이 나가고 문이 닫히자 밀레시안은 크게 한숨을 쉬며 의자에 몸을 묻었다. 피가 스며든 붕대를 감고있는 로간의 모습이 눈 앞에 아른거려서 그는 눈을 감아버렸다.

 

「...멍청이...」

 

백짓장처럼 하얘진 얼굴이 그가 얼마나 고통스러워하는지 알려주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다가가 끌어안고 괜찮냐고 물어보고싶었다. 그의 입에 입맞추며 부드럽게 이야기하고싶었다. 현실은 그렇지 못했지만. 어쩔 수 없는거다... 자신은 그런 자리에 있으니까. 임무에 나갔다가 다쳐서 돌아오면 속상했다. 자신의 조원이다. 자신만을 바라봐주는 조원. 그것은 로간이 아니더라도 다 똑같았다, 로간이 그들 중에서 더욱 자신에게 특별할 뿐. 이렇게 화를 내도 로간은 이해할 것이다. 다른 이들에게도 똑같이 대하니까, 아니 그전에... 오히려 자신이 잘못했다 생각하겠지. 끊임없이 꼬리를 물고 늘어지는 생각을 떨쳐내며 밀레시안은 눈을 뜨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창 너머로 땅거미가 깔리기 시작한 밖을 내다보며 그는 쉬고 있을, 아니 자신을 자책하고 있을 로간에게로 가기 위해 움직였다. 집무실을 나선 밀레시안은 자신을 향한 인사에 답해주며 조금 빨리 걸었다. 다른 사람이 보기엔 조금 빨리가 아니라 뛰고 있는 걸로 보였을지도 모르겠지만.

 

「.... 로간.」

 

굳게 닫혀진 문 앞에 도착한 밀레시안이 로간을 불렀다. 안에서 아무런 답이 없자 밀레시안은 한 번 더 ‘로간?’하고 좀 더 크게 말했다.

 

「들어간다.」

 

기다려봐도 들리지않는 인기척에 밀레시안이 허락없이 문을 열려던 순간이었다. 끼익하고 문이 혼자 열리며 로간의 모습이 보였다. 축 처진 것이 분명히 생각대로 자기 자신을 나무라고 있었던게 뻔했다.

 

「...어쩐 일이십니까... 조장님?」
「여기가 내가 오면 안되기라도 하는 곳인가? 일단 들어가지.」

 

밀레시안은 힘없는 로간의 목소리에 미간을 찌푸리며 그를 밀치듯 방 안으로 들어섰다. 깔끔하게 정돈된 1인실의 방에, 그의 침대에 걸터앉아 로간을 올려다보며 한숨을 내쉰다.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건가? 이제 우리 둘밖에 없어.」
「하지만, 저 다쳤잖습니까... 조장님의 말을 어겼어요.」
「언제는 안다쳐왔고? 계속 기다리게 만들거야?」

 

밀레시안의 재촉에 로간이 터덜터덜 그의 앞으로 걸어왔다. 고개를 숙인 체 다가온 로간으로 인해 밀레시안은 뒤늦게 그의 눈을 볼 수 있었다. 힘없는 말과는 다르게 반짝이는 눈동자가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조장님...」

 

조심스럽게 자신에게로 내밀어지는 팔을 잡아 허리에 감아주자 그가 자신의 위로 예고도 없이 쓰러졌다. 기습적으로 깔리게 된 밀레시안이 끙, 하며 앓는 소리를 내자 부드럽게 머리를 쓸어온다.

 

「제가 이렇게 다쳐왔다고.. 버리면 안됩니다.」

 

고개를 숙인 체 어깨를 물어오는 행동에 밀레시안이 아픈 듯 얼굴을 찡그렸다. 로간은 물어 뜯을 듯 살을 빨아들여 잘근잘근 씹고는 이내 혀로 핥아내었다. 그의 고개가 좀 더 아래로 내려가고 밀레시안의 어깨에 붉은 반점이 남았다. 누누히 얘기했는데.

 

「읏... 내가, 보이는 곳에 남기지 말라고...」
「안돼요, 조장님. 이렇게 남겨야 아무도 당신을 건들지 않을테니까...」

 

아래에서 낮게 울리는 목소리에 밀레시안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리 아무도 안건든다고 말을 해도 그는 도통 들어먹을 생각을 안했다. 로간은 피가 베어나와 물들고있는 붕대를 흘긋 보고는 다시 밀레시안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당신의 모든 것은 제 것입니다. 절대로 그 아무에게도 주지 않을거에요.」

 

로간이 고개를 들어 밀레시안을 보며 웃었다. 그 위험한 미소에 밀레시안은 흠칫, 몸을 떨었다. 아아 위험해, 위험하다고. 정말로 잡아먹힐지도ㅡ. 밀레시안을 끌어안고있는 팔에 힘이 들어갔다. 로간이 몸을 밀레시안과 눈을 나란히하며 중얼거렸다.

 

「나를 바라보는 이 눈도」

 

고개를 숙인 로간의 입술이 눈을 향해 다가오자 밀레시안이 저도 모르게 눈을 감았다. 감긴 눈 위로 로간의 입술이 닿는다.

 

「괴롭힐때마다 붉게 물드는 이 볼도」

 

눈에서 떨어진 입술이 이번엔 볼로,

 

「나를 걱정해주는 이 입도」

 

입으로,

 

「내 이야기를 듣는 이 귀도」

 

양 쪽의 귀를 한 번씩,

 

「이 가녀린 목도」

 

아래로 내려간 입술이 목으로

 

「나만을 향해 뛰어줄 이 심장도」

 

어느샌가 벗겨져 드러난 가슴 위로 그의 입술이 닿았다.

 

「전부... 제 껍니다. 그러니까 남길거에요. 모두가 다 볼 수 있도록, 제 꺼라는 표시를 할겁니다. 안그러면... 당신은 너무 위험하니까.」

 

달빛을 등지고 허리를 편 로간의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웃음기에 밀레시안은 그가 웃고있구나, 생각했다.

 

「전부.... 다... 제껍니다.」

 

침대 아래로 옷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아무것도 입지 않은 체 자신에게 닿아오는 로간의 몸이 뜨겁다. 바짓속으로 들어오는 손길에 밀레시안이 움찔거렸다.

 

「먹어버리면... 그럼 아무도 가질 수 없겠죠? 내가 당신을... 머리부터 차근차근, 그러면 영원히 저만의 것이 되겠죠?」

 

위험한 미소가 그의 얼굴에 떠오른다. 밀레시안은 자신을 붙잡아 오는 손길에 몸을 굳혔다.

 

「나의 조장님. ...나만의 조장님.」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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