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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binogi/N

[초대밀레] 20150905 초대밀레or밀레초대 썰

 


초대밀레 혹은 밀레초대.

 

과거를 엿보여진? 단장(과거)과 과거를 엿본 밀레시안(미래).

목걸이를 통해 과거와 미래가 이어졌다는 설정으로 단장의 봉인이 풀리기 전, 단장 이야기?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남자는 계속해서 걸어나갔다. 멈추고 주위를 둘러본다던가, 어둠을 밝히기 위해 무슨 행동을 한다던가를 할 수도 있을 텐데 그는 계속 걷고 있을 뿐이었다. 흔들림 없는 일정한 움직임은 마치 그가 그저 평범한 길을 걷는 것처럼 보였다. 자세히보니 그는 자신 밖에 없는 어둠 속에서 누군가와 이야기하듯 말하고 있었다. 마치 자신의 앞에 사람이 있는 것처럼.


「당신을 배신하지 않습니다.」


무미건조한 목소리는 아무런 감정도 담지 않고 어둠 속을 울렸다. 대답이 떨어지기 무섭게 남자의 주변 공기가 떨려왔다. 남자는 공기의 움직임에 걷던 움직임을 멈추고 허공을 바라보았다.


「제 힘은 당신의 것, 제 모든 것 역시 당신의 것입니다. 그러니 그런 말씀은 하지 마십시오.」


단호한 목소리로 훈계하듯 이야기한 남자는 진동이 줄어든 주변에 다시 걷기 시작했다. 그는 그 어둠 속에서 마치 자신만의 뚜렷한 목표점이 있는 듯 해 보였다.  반듯하게. 흐트러짐 없이. 어디서부터 였을까, 그것은 이 어둠 속에서 중요하지 않았지만 그저 걸음에 따라 흔들리던 남자의 푸른색 망토가 조금씩 펄럭이기 시작했다. 그것은 어둠 속에 바람이 불고 있다는 증거였고  이곳에도 끝이 있다는 움직임이었다. 남자의 투구 아래로 드러난 입에 미소가 걸린 것도 그때였다.


「물음의 의미를 모르겠군요. 대답하자면 좋습니다. 드디어 볼 수 있을 테니까요.」


남자의 주변이 다시 한 번 떨려왔다. 그의 대답으로 미루어 볼 때 그것은 남자에게 아마도 출구를 찾은 게 좋냐고 물어봤을 것 같았다. 말을 끝낸 남자는 빠른 걸음으로 앞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이제 조금만 더 가면 끝이었다. 기나긴 어둠의 끝이. 자신이 걸친 갑옷이 무겁지도 않은지 그는 뛰다시피 걸으며 자신을 비춰줄 빛을 향해 걸어갔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끝없을 것 같았던 어둠이 희미하게 밝아지기 시작했다. 점 점 밝아지던 빛은 이내 남자를 비추기 시작했다. 갑옷에 부딪혀 바스러지는 빛무리들이 자신의 존재를 알리듯 반짝거렸다. 처음엔 도화지에 찍힌 작은 점 같았던 빛은 이내 남자를 집어삼킬 듯 커져있었고, 빛이 커질수록 남자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얼마나 기다려왔을까, 얼마나 바라왔을까. 어둠 속에서 얼어붙었던 심장이 다시 뛰는 것만 같았다. 만나기 위해 걸어온 길이 너무나도 길었다. 오직 하나만 보고 걸어온 길. 그 짧은 순간에 부딪혔던 시선에서부터 시작된 인연. 설렘을 안고 빛의 너머로 발을 내딛는 순간이었다. 남자의 주변이 다시 일렁이기 시작한 것은.


「괜찮습니다. 이 너머에 무엇이 있건 제 것이 있는 건 확실하니까.」


남자는 그것을 안심시키듯 말하곤 빛을 향해 발을 내디뎠다. 기나긴 봉인이 끝나고 어둠 속에 묻혀 가려져있던 그들의 인연의 길이 만나려하고 있었다.


내 기억을 훔쳐본 죄는 만만치 않을 것이다, 밀레시안.


긴 시간 동안 잊지 않고 바라만 봤던 얼굴을 떠올리며 웃었다. 그 인연을 만나기 위해 봉인했던 자신의 시간이 흐르기 시작하는 것에 잡고 있던 끈을 놓으며 남자는 정신을 잃었다. 한 사람의 멈췄던 운명의 수레바퀴가 다시 굴러가기 시작했다.